서울 한복판에서 건물 벽과 지붕, 주차장과 담장까지 도시의 모든 구조물이 발전소로 변신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가 양천구 본사에 조성한 ‘태양광 실증단지’가 그 무대다.

2021년 4월 완공된 이곳은 국내 최초로 태양광 신기술을 집약해 도심 환경에서 성능과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공간이다. 총 16개 기업이 참여해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CIGS 박막 컬러, 루버형, 기와형, 보도블록형 등 15개 기술이 적용됐으며, 총 용량은 130kW(모듈 1339개)에 달한다.

공사에 따르면 이를 통해 연간 100MWh의 전력을 본사에서 직접 소비하고, 약 47tCO₂eq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증단지에서 가장 널리 적용된 기술은 건물일체형태양광(BIPV)이다. 건물 외장재 자체를 태양광 모듈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관리동과 발전동, 파고라 지붕, 주차장 등 단지 전반에 걸쳐 폭넓게 적용됐다.

▲에스지에너지의 고효율 컬러 모듈

▲코에스의 대리석 패턴 및 미디어 모듈

▲에스케이솔라에너지의 패턴 글라스

▲중앙강재의 벽체형·지붕형 모듈

▲다스코의 캐노피 모듈

▲에너지파트너즈의 각도조절 모듈 등 다양한 기업의 기술이 참여해 도심 환경에 어울리는 설계를 구현했다.

특히 관리동 외벽은 공사의 상징색을 담은 ‘솔라박스(Solar Box)’로 꾸며져 상징성과 시각적 차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단순 발전 설비를 넘어 건축 디자인 요소로 자리 잡으며 도심형 태양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BIPV가 건물 외벽과 지붕을 채웠다면, CIGS 박막 태양전지는 창호와 외장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구리·인듐·갈륨·셀레늄을 기반으로 한 이 박막형 모듈은 얇고 가볍고 유연해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으며, 건축물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아반시스코리아가 실증한 이 기술은 관리동 외벽에 적용돼 도심형 건축 디자인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단가가 높다는 한계가 있지만, 투명성과 심미성 측면에서 강점을 지녀 앞으로 확산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아울러 발전동 남측에는 디엔에프 등이 참여한 BIPV 목업 패널이 설치돼 다양한 각도에서 발전 효율을 검증하고 있다. 0도부터 90도까지 일곱 단계의 회전 각도를 적용해 태양 고도 변화에 따른 발전량을 실험하는 방식이다. 협소한 도심 환경에서 효율 검증 모델을 제시한 사례로, 앞으로 차양 디자인과 연계해 채광과 전력 생산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태양광은 건축물에서 나아가 생활 공간으로도 스며든다. 파고라는 ▲LX하우시스 ▲한솔테크닉스 등이 참여해 다양한 컬러 BIPV를 적용, 전통 조각보 패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지붕은 차양과 비막이 기능에 더해 발전까지 가능하게 했고, 모듈 크기를 달리해 확장성과 변형 가능성도 보여줬다.

측면에 설치된 태양광 루버는 빛과 바람의 유입을 조절하고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 공사는 이러한 루버가 앞으로 아파트 실외기실 등 생활형 시설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은 ▲옥토끼이미징 ▲에스케이솔라에너지 등이 참여해 ‘에너지 자립형 캐노피’로 진화했다. 나무와 숲길을 형상화한 BIPV 디자인은 도심 미관을 개선했으며, 특히 캔틸레버(cantilever) 구조를 채택해 주차 공간을 넓히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까지 갖췄다.

이외에도 다양한 생활 공간에 태양광 기술이 접목됐다. 담장에는 에스에너지의 보도형 펜스, 방음벽에는 에스지에너지의 컬러 BIPV, 보행로에는 한축테크의 블록형 모듈, 자전거 캐노피에는 다스코의 캐노피형 모듈, 입구 미디어폴에는 코에스의 미디어형 모듈이 적용돼 생활 공간 전반에서 태양광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